
피아노 전공생에게 교수님 레슨은 가장 중요한 성장의 기회이자, 동시에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다. 짧은 레슨 시간 안에 그동안의 연습 결과를 보여주고, 방향을 점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전공생들은 레슨이 끝난 뒤 비슷한 아쉬움을 느낀다. “결국 또 같은 지적을 들었다”, “레슨 때는 이해한 것 같은데 연습실에 오면 막막해진다”는 생각이다. 이 글은 피아노 전공생들이 교수님 레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현실적인 시선으로 짚어보며, 왜 레슨이 반복되는 조언의 시간이 되는지, 그리고 그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차분히 풀어낸다. 레슨을 ‘지적받는 시간’이 아닌 ‘성장하는 대화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은 전공생들을 위한 글이다.
서론: 레슨은 짧고, 기대는 크다
피아노 전공생에게 교수님 레슨은 늘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일주일 동안 준비한 모든 연습을 단 몇 분, 길어야 한 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그래서 레슨 전날이 되면 연습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손은 지치지만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이번에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막상 레슨이 시작되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테크닉보다 소리에 대한 이야기, 속도보다 프레이즈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전공생은 준비해온 설명을 꺼내보지도 못한 채 레슨이 끝나버린다. 그리고 연습실로 돌아와 같은 말을 다시 듣게 될 것 같은 불안이 남는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전공생은 점점 레슨을 ‘평가의 시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레슨은 평가가 아니라 조율의 시간이다. 문제는 많은 전공생들이 이 조율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레슨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본론: 레슨이 반복되는 이유는 준비의 방식에 있다
피아노 전공생이 레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질문 없이 레슨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많은 전공생들은 “교수님이 알아서 말씀해 주시겠지”라는 태도로 연주를 시작한다. 물론 교수는 문제를 짚어주지만, 그 지적은 대체로 가장 기본적인 부분으로 돌아간다. 전공생 스스로가 무엇을 고민했고, 어디에서 막혔는지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레슨 내용을 기록하지 않는 습관이다. 레슨 시간에는 이해가 된 것처럼 느껴져도, 막상 연습실에 혼자 남으면 기억은 빠르게 흐려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기록이다. “여기서 소리를 가볍게”라는 말보다, “오른손 무게를 빼고 팔의 움직임을 줄인다”처럼 구체적인 해석이 있어야 연습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레슨 이후의 연습이 레슨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레슨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받았음에도, 연습실에서는 다시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된 연습 방법을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슨은 방향을 제시하는 시간이고, 그 방향을 실제로 구현하는 곳은 연습실이다.
결론: 레슨은 수동적으로 받는 시간이 아니다
피아노 전공생에게 교수님 레슨은 단순히 조언을 듣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좌표를 설정하는 시간이다. 같은 지적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면, 그 이유는 레슨의 질이 아니라 레슨을 대하는 방식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레슨을 잘 활용하는 전공생들은 공통적으로 능동적이다. 연습 과정에서 생긴 질문을 정리해 오고, 레슨 후에는 그 내용을 기준으로 연습의 구조를 다시 짠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레슨은 더 이상 긴장과 평가의 시간이 아니라, 음악을 함께 설계하는 대화의 시간이 된다. 결국 레슨의 깊이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준비의 밀도에서 나온다. 피아노 전공생이 레슨을 통해 진짜 성장을 경험하고 싶다면, 연주만 가져오는 레슨이 아니라 생각과 질문을 함께 가져오는 레슨을 만들어야 한다. 그 순간부터 교수님의 말은 지적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는 정확한 힌트가 된다.